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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지의 유료 머신러닝 저널 런칭 발표와 연구자들의 보이콧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은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머신러닝과 시스템 신경과학분야의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알파고’는 프로 바둑 기사를 이길 수 있도록 설계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지난 10년간 세계 바둑계를 평정해 온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로 대승한 일은 학계와 IT업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계학습 기술은 구글의 지메일에도 도입되었습니다. 지메일 인박스는 수신된 메일의 내용을 기반으로 예측되는 답장을 미리보기로 보여주어 사용자가 손쉽고 빠르게 이메일을 회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기계학습은 우리 일상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있으며 산업 전분야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기계학습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여러 업체에서 기계학습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과학 저널 중 하나인 <네이처>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기계학습, 로봇 공학 및 인공 지능 분야 등 광범위한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저널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 (Nature Machine Intelligence)의 런칭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계학습 연구자 및 업계 종사자들은 ‘네이처’의 새로운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사실상 모든 출판물을 유료로 구독해야 하는 <네이처> 의 폐쇄적 액세스 서비스는 무료 오픈 액세스를 기반으로 발전 중이던 기계학습 분야의 연구 트렌드를 벗어나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약 2,500명 이상의 전세계 학생, 교수, 연구원, 건축가, 엔지니어들이 2019년 1월에 출시될 ‘네이처 머신 인테리전스’를 통해 논문을 제출하거나 검토 또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청원서에 서명했습니다. 청원서에는 기존 유료 저널에 대한 강한 반발 내용과 함께 모든 주요 저널에서는 어떠한 금액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인용되었습니다. 서명한 사람들 중에는 구글, 인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기계학습 분야의 많은 중요한 회사의 대표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원서를 작성한 오레곤주립대학 교수이자, 국제기계학습협회 회장(IMLS)인 톰 디에터리치는 “기계 학습은 자유롭고 개방된 접근을 통한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분야다. 연구자들은 미래의 기계학습 연구에 있어 폐쇄적 액세스나 저자비용형의 출판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역할을 찾지 못하며, 학회 연구 결과를 선보이는 수단으로 <네이처>의 새로운 저널을 도입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기계학습 분야 자체는 근본적으로 유료 구독과는 양립할 수 없는 분야로 오히려 최근의 무료 오픈 액세스 저널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다시 한번 오픈 액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독일 베를린 맥스 델 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의 통계학 유전학연구소 크리스토프 리퍼트 소장 또한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는 “기계학습 분야의 연구자들은 저널을 브랜드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어떠한 저널도 기계학습 분야에서는 한 자릿수 정도의 인용 가치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네이처>는 자연과학 분야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저널로 스스로도 정기적으로 논문을 제출하는 중요한 저널이지만 이번 런칭은 오랫동안 관심 없던 분야에서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브랜드를 사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학계에서의 반발은 <네이처>를 출판하는 스프링거 네이처 사가 투자자 모집을 위해 제공한 투자자를 위한 재정 안내서의 공개 이후 더욱 거세졌습니다. OC&C Strategy Consultants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처>의 투자자를 위한 재정 안내서에서 출판을 위한 저자 대상 학술적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을 위해 어떻게 <네이처>가 저널 브랜드 파워와 피인용지수를 활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또한 보고서에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장 “저명한” 저널이 폐쇄적인 상태로 유지 될 것이기 때문에 오픈 액세스의 성장이 결코 구독 수익을 침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처>는 대변인을 통해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작되는 <네이처> 저널을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저자에게 이러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보다 (구독료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일부 분산시키는 것은 공정하다”라 답했습니다. 또한 대변인은 “논문 처리 비용(Article Processing Charge, APC)를 감당할 수 없는 일부에 의한 오픈 액세스로의 이동은 많은 이들에게 복잡하고 단순히 실행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픈 액세스의 새로운 바람과 기존의 전통적이고 저명한 저널의 유료 출간 사이에서 혼란에 빠져 있는 학술 출판에 대해 학계에서는 브랜드를 앞세운 <네이처>의 행보가 기존의 대안으로 고려되던 오픈 액세스로의 추세를 다시 폐쇄형 플랫폼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표명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저널이 향후 어떻게 제공될 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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