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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구 결과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시다고요?

2004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된 것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주역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황우석 박사였습니다. 이 논문으로 인해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엄청난 희망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황우석 박사의 학문적 업적을 찬양했고, 신문부터 라디오, TV까지 한국의 모든 언론 매체는 그의 이름으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11월, 그때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 소식이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이언스에 게재됐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걷게 만들고,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던 그의 말들이 전부 거짓임이 밝혀지면서, 한국의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 과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대외적으로 한국 과학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연구 재현성’

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연구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가치 입니다. 하지만, 에디슨의 전구 발명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과학 기술은 수천 수만 번의 실패를 겪은 후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한번쯤은 연구 진행 중간에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모든 연구자들이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성공이 의심될 때 이에 잘 대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황우석 박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 성과를 꾸며내거나, 연구 결과를 부풀려 실험이 성공한 것처럼 꾸미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구 자료의 조작 또는 결과를 부풀린 연구들은 그 연구를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과학계에 ‘연구 재현성의 위기’라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연구 재현성 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연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투명성의 결여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미 발표된 논문의 연구를 재현하는 재현 논문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결과가 안 좋게 나올 경우 이것이 연구자에게 어떠한 대외적 혹은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재현 논문이 더 많이 쓰여지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연구의 투명성이 증명되는 경우가 적다 보니, 이는 많은 논문들에 연구 투명성이 결여되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최근 미국의 심리학자 다나 카니 (Ms. Dana Carney)박사는 자신이 2010년 동료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 (Ms. Amy Cuddy)박사와 공동 집필한 논문의 내용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논문에서 두 저자는 인간이 당당한 포즈를 취하면, 이로써 신체의 호르몬 및 정신적 변화가 생겨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나 정신적 압박을 받는 상황을 더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내용을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당당한 포즈 효과 (Power-pose effects)’라고 불렸으며, 이 논문으로 인해 두 저자는 학계에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다나 카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와 같은 효과가 실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게 됩니다. 그녀는 동료 연구자들이 ‘당당한 포즈 효과’를 입증하려고 노력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했고 오히려 많은 연구 자료들이 이러한 효과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나 카니의 이런 고백은 연구 투명성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나 카니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논문에 가지는 의심을 밝혔고, 이로써 그녀의 논문이 철회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전 세계 과학계에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연구 신뢰도 상실 공개 프로젝트

위의 사건을 계기로 이후 연구 투명성과 과학의 순수한 발전을 위해 과학자들에게 양심 고백을 독려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다나 카니처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자신의 연구 논문에 대해 그 사실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격려했습니다. 이를 통해 다수의 연구자들이 자신이 진행한 연구의 불신임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에 대해 느낄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이런 행동을 고무하기 위해 연구 신뢰도 상실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과학계 및 사회적 오명 및 편견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할수록 연구 투명성을 독려하고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런 양심 고백이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학자로서의 명성과 명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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