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피어리뷰를 위한 네이처 출판사의 움직임
오늘 다룰 이야기는 학부 때의 학점 평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밤을 지새우며 치른 시험 결과는 A+, C+ 들과 같은 학점만 나오고, 피드백은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점이 대학 생활의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최근 들어 중요성이 더욱 상승하고 있지만, 왜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강의 당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전통적인 저널 투고와 평가, 즉 게재 여부 판정도 이와 흡사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논문 투고 후, 들려오는 결과는 Pass/Fail 정도입니다. 왜 통과하지 못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피드백이 없으니 토론을 하기도 힘든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히려 대단히 객관적인 평가 수단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공학/자연과학 전공자의 필수 인문학 강의가 늘어나고, MBA 과정에 인문학/역사학이 포함되고 있으며, CEO를 위한 인문학 강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식이나 물질 발견 등으로 객관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 분야와는 달리, 인문학의 평가는 더욱 어렵고, 객관적인 피어리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시장 선도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네이처 출판사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오픈 액세스,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등 분야를 다룸)은 2016년 10개월 동안, 피어리뷰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을 시도했습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고 저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본 시스템 적용(약 60%의 저자가 동의함)
- 피어리뷰어의 익명성 보장. 단, 원할 경우 실명 공개 가능
- 평가 내용과 별개로, 에디터에게 비공개 의견을 전달 가능
- 평가 내용의 기밀 보장(네이처 출판사의 타 자매지 포함)
- 최종 게재 시, 피어리뷰어 평가 내용 첨부(활발한 토론 유도)
시장주도 출판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 공정한 피어리뷰를 위한 네이처 출판사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네이처 출판사의 본지와 자매지에는 수많은 논문이 투고되며, 게재 가능한 수량도 한계가 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아닐 것이며,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저널의 방침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며, 나아가 학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면, 연구자 개인과 학계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저자로서, 학계에 관심을 두고 변화를 인지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