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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1저자가 연구 부정행위에 더 많이 기여한다

연구 부정 행위는 연구수행부터 연구발표까지 여러 가지 비윤리적 행위를 말한다. 그 외 연구방법과 관련된 위법행위, 부당한 저작권을 부정 또는 주장, 표절, 데이터 위조 및 조작, 저작권 침해 등도 연구 부정 행위에 포함되어 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오늘날 단일 저자 논문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과학과 생명과학 및 의료계열 논문이 그렇다. 공저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평균 공저자 수가 두 명에서 일곱 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과학 연구가 더욱더 복잡해지고 분야별 장벽이 느슨하게 혹은 사라져가는 현실이 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는 연구 결과 평가의 기준이 이전보다 더 혹독하기 때문이다. 더 복잡하고 초 학제적(transdisciplicanry)인 연구를 하고, 더 많고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팀워크는 이제는 필수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의 재현성 위기가 화두가 되고,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걱정과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요즘이다. P값 해킹, 자기 표절, 아이디어의 부정 사용, 사기 등 안타깝지만 다양한 부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럼 팀워크가 빈번한 과학 연구에서 부정행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한 논문에서 연구 부정행위가 드러났다면 그 책임은 누가 물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Hussinger와 Pellens가 지난달(2019년 5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책임을 모두가 묻든, 끝까지 따져 책임자를 가려내든, 통계적으로 제1저자가 연구 부정행위를 약 38%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제 1저자가 연구 부정행위를 약 38% 더 많이 한다

Hussinger와 Pellens은 미국 연구 정직성 관리국(ORI)에서 조사한 80개의 연구 부정행위 조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총 184편의 논문이 연구 부정행위와 관련한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항 회기 분석 모델을 통해 저자별 연구 부정행위 연관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제1 저자가 중간에 놓인 – 교신저자와 제1, 2 저자를 제외한 공저자들 – 보다 38% 더 연구 부정행위에 기여한다고 한다. 또한, 교신저자의 경우 중간 저자들보다 14% 더 연구 부정행위에 기여한다고 한다.  꽤 직감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1저자, 교신저자 그리고 때때로 제2 저자가 아닐 경우 해당 논문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가장 얻을 게 많은 제1 저자와 교신저자가 기타 공저자들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결과이다.

원래 주저자가 논문의 책임자이다

제1저자, 교신저자가 다른 공저자들보다 연구 부정행위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 이들이 얻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원래 논문에 대한 공로를 이 둘이 대부분 가져간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논문의 책임이 이 둘에게 가장 많다는 말도 된다.

사실 많은 저널에서 제1 저자를 주 저자(principal author)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 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공정하게 판단하도록 많은 기준을 제시한다. 주저자와 저자가 무엇이 다른지 기준을 살펴보자.

논문의 저자는 ‘충분히’ 연구에 참여해야 했고, 그 내용에 대한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자는 (a) 논문 데이터의 개념, 디자인, 분석, 해석 등에 기여해야 하고 (b) 논문을 작성하거나 지적인 내용에 대해 날카로운 피드백을 해야 하고 (c) 논문의 최종본에 대해서도 그렇다[(b)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논문의 저자는 전체 연구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사람으로서 연구 논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위의 기준은 지금까지도 쓰고 있는 저자와 주저자의 기준이다. 이와 더불어 교신저자는 ‘논문 연구 내용, 데이터의 해석 등을 지도하는 자’ 등으로 정의한다. 이런 기준은 실제 연구 현실에서의 교수, 책임연구원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저자 혹은 저자인 학생 혹은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저자인 학생은 한 테마를 받아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 연구 데이터는 대부분 그 학생이 만들고 해석하고 발표하며, 여기서 선배나 후배의 도움을 받을 뿐이다. 선배와 후배는 공저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다. 논문을 쓰는 사람은 주로 주저자인 학생이며, 이 학생이 맨 먼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논문 저자, 주저자, 교신저자의 기존 정의와 현실에서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Hussinger와 Pellens의 연구는 직관적인 결과를 보여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보증인 모델: 주저자가 사전 책임을 진다

직감적인 결론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외에, Hussinger와 Pellens는 중요한 의견을 제시한다. 바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바로 보증인 모델이 가장 합리적임을 피력하고 있다.

원래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대해 세 가지 이론이 있다. 첫 번째는 공동책임(joint accountability) 모델로, 연구 논문에 실린 공저자 모두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 두 번째는 개인 책임(individual accountability)로 책임자를 찾아내어 개별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가 보증인 모델(guarantor model)로 제1저자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 사전 책임을 지는 보증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Hussinger와 Pellen의 연구에서 중간 저자들이 연구 부정행위의 기여도가 꽤 낮게 나타난 점을 고려했을 때 공동책임 모델은 과도하다. 예컨대 세포를 키워 물질을 처리한 사람은 그 세포를 분석한 데이터에 대한 책임이 없다. 이와 비슷하게 이전 Helgesson과 Eriksson이 공동책임 모델로 정직한 연구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통계적 혹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만 한다. Hussinger와 Pellen이 이를 해 낸 셈이다.

그래서 보증인 모델이 가장 좋은 대안임을 주장하고 있다. 개인 책임 모델을 따르면 가장 좋지만, 이는 경제적이지 않다. 개인 모두를 찾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좋은 모델은 부정행위에 가장 기여를 했을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공저자들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무관심’ 혹은 ‘태만’으로 부정행위를 묵과한 책임이 있다. 이것을 모두 가능케 하는 것이 보증인 모델이다. 정확히 누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밝혀지기 까지, 제 1저자는 ‘사전(ex ante)’ 책임을 진다.

다른 연구들도 보증인 모델을 추천한다

보증인 모델이 가장 우수함을 주장한 것은 Hussinger와 Pellen뿐 만이 아니다. 과학계는 20년 이전부터 연구가 더 많은 사람과 팀워크를 통해 이뤄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저자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멀게는 1997년의 Rennie부터, 최근에는 2012년 Smith와 Williams-Jones까지, Hussinger와 Pellen과 같이 보증인 모델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제시해왔다. 저자를 세분화하여 책임을 나누었는데,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제1저자가 주저자(principal author)로 논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고 한다. 그 외 기여자(contributor), 시니어 저자(senior author),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등이 있다. 이들은 논문의 꽤 많은 책임을 지지만 – 데이터 해석, 데이터 제공 등 – 주저자인 제1저자보다 책임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제1 저자 혹은 주저자가 가장 연구 부정행위에 기여를 많이 한다는 결론은 꽤 당연하다. 처음으로 이러한 직관적인 결론을 ‘증명한’ Hussinger와 Pellens의 연구. 수많은 논문이 기재되고, 철회되는 순간에 모든 제1 저자들과 책임자들이 논문 ‘저자’라는 이름의 의미와 기준을 되새겨야 하겠다. 논문 기재로 얻을 것이 가장 많지만, 잘못된 연구로 가장 잃을 것이 많은 것도 주저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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