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를 대하는 번역산업의 자세

대부분의 번역사는 완벽한 번역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가장 적합한 번역이 있을 뿐이고, 다른 번역사보다 더 적합한 번역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예시가 있겠지만, 핵심은 “지능”입니다. 그리고, 지능은 번역산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입니다. 번역은 그 무엇보다도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 말이지요.

 

온라인 번역기의 성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중국어나 아랍어는 해당 언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타이핑하기조차 힘든데, 스마트폰 카메라를 간판에 가져가면, 문자를 인식하여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정도이니 말이지요. 꼭 필요한 몇 마디 이외에는 현지어를 모르고 여행을 가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문서, 학술, 기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하나의 실수도없이 정확해야 하고, 예의도 차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번역기는 사람이 아니기에 아이폰을 써본 적이 없고,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번역사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원본의 오류를 의뢰인에게 알려줄 수도 있으며, 애매한 경우 직접 연락하여 정확한 번역을 위한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의 번역 업계는 단순히 언어적 능력이 완벽한 번역사가 아닌, 화학, 미술, 문화 등 특정 분야의 학위나 경력을 가진 전문 번역사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번역기의 의외로 각 회사의 온라인 번역 담당 부서에는 언어 전공자나 다국어 구사자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번역의 언어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통계학적 분석이 번역기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특정 문장이 이전에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번역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일 분야의 기존 번역을 검색하여 적용한다면 더 정확한 번역이 가능할 것 입니다. 기업 정관, 공시 자료와 같은 문서는 특성 상 같은 문장을 여러 사람이 번역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번역기가 해당 문장을 많이 학습한 상태이며, 실제로 네이버, 구글 번역기에 해당 문장을 넣어보면 더 높은 완성도의 번역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번역기가 매우 유용합니다. 또한, 번역기는 24시간 365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번역을 찾을 때마다 자동으로 모든 사항을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번역된 도서가 있다면, 파일을 넣는 것만으로 학습이 완료됩니다. 번역사는 아무리 못해도 4시간은 수면을 취해야 하고, 식사와 휴식 시간도 가져야 한다는 점과는 크게 다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를 기계와 인터넷이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번역 업계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번역보다는 감수에 더 많은 일거리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이미, 몇몇 번역업체는 CAT 번역툴 이용을 전제로 감수번역을 요청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6년 11월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10년 후, 2026년에 제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나의 예상이 완전히 틀렸었군…’하며 자책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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