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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미래를 결정한다

과학 분야 학생이라면 대학교 학부 연구 실습을 할 때부터 멘토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그리고 멘토, 혹은 지도교수의 중요성은 대학원생과 포닥에 더욱 드러난다. 길게는 십여 년간의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지도교수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지도교수를 잘 고르라는 소리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정확히 왜 지도교수 혹은 멘토가 왜 중요한 걸까? 작년 네이처에서 발표한 한 논문에서 멘토 혹은 지도교수가 학생의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지도교수의 능력이 대학원생 그리고 특히 포닥의 학계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 성공을 준비시키는 사람이 곧 멘토

지도교수가 왜 포닥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칠까? 지도교수는 멘토이기 때문이다. 포닥은 곧 교수든 취직이든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멘토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미 과학 공학 의학한림원은 STEM 교육의 중요성과 이 교육에서 멘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멘토링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멘토링이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단계를 거치는 협력적인 학습 관계이며, 더 많은 경험을 한 멘토가 더 적은 경험을 한 멘티에게 멘티가 결정한 커리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활동이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도교수는 포닥 그리고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등 결과물을 가져오라고 압박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좋은 지도교수의 경우 학생들에게 학회를 보내 네트워킹의 기회를 열어주고, 연구 방향에서 중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과제 관리 및 발표 방법을 알려주고, 학계의 암묵적인 규칙도 알려주기도 한다.

학부생들도 멘토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도교수의 이러한 멘토링이 포닥과 대학원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도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 혹은 교직원들도 멘토가 되기도 한다. 흔히 대학교 새내기들을 안내해주는 선배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멘토링은 단순히 학생들 간의 교류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STEM 과정을 공부하는 대학생 중 멘토링을 받은 그룹에서 성적향상 및 학업 유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 내 소수집단에 속하는 흑인이나 취약계층(under-represented group)의 경우 멘토링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미시간 대학교에서 실시한 학부 연구 기회 프로그램(UROP)에 등록한 미국 흑인의 경우, 대학 졸업률이 75.3%로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은 이들의 졸업률 56.3%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교 교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 경험이 있는 교직원들은 성취감, 만족도 등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더 좋은 학생들을 대학교에 유치하는 데 영향을 주고, 교직원 각 개인의 학교 내 공헌도를 늘리며,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멘토링을 하는 교직원뿐 아니라 연구자, 기업 내 전문가들, 포닥, 대학원생 및 강사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권력, 돈, 시간: 좋은 멘토링을 방해하는 현실적 장벽

멘토링의 장점이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 이상적인 멘토링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멘토링 자체가 ‘협력적인’ 관계이고, 멘토의 역할이 복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주 좋은 멘토링을 경험할 수도, 혹은 꽤 불쾌하고 공정하지 못한 경험을 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에 관해 ‘책임감있는 과학’의 저자 Guston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멘토 시장이 첫 번째 문제다. 이상적으로는 학생과 멘토가 되어줄 교직원 모두가 자유시장 아래 서로 원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원의 경우 이미 입학이 확정된 학생들 내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골라야 한다. 한국처럼 대학교수가 미리 원하는 학생과 컨택을 하여 뽑는 경우도 있으나, 미국의 경우 입학 사정관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미리 뽑고,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생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경우 이미 랩을 경험하지 못하고, 꽤 빨리 지도 교수를 결정해야 한다. 길게는 5년에서 7년간을 함께 해야 하는 교수를 섣불리 결정하여, 잘 맞지 않는 멘토링을 받을 수도 있다.

또, 교수의 입장에서 멘토의 역할을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좋은 멘토링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학교나 연구재단의 경우 연구 실적이나 결과물로 교수를 평가하지, 얼마나 학생들을 잘 이끌고 가르치냐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이다. 유명한 교수나 규모가 큰 실험실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다. 규모가 큰 실험실일수록, 그리고 생명과학과 같이 대규모 협업이 이뤄지는 곳일수록 그렇다. 교수가 멘토링을 일일이 해 줄 시간이 없거나, 학생이 너무나도 세분된 일만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멘토링이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해 진다.

권력 문제를 빼 놓을 수 없다. 멘토링 자체가 ‘시니어’가 ‘주니어’를 이끌어주는 것인만큼, 힘과 권력에 관해서 평등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교수는 대학의 직원일 뿐 아니라 학계의 한 일원이며, 옳지 못한 결심을 할 경우 한 학생의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다. 학계에서 입지가 거의 없거나 위태로운 학생의 입장은, 교수와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더욱 심화한다. 연구와 관련된 문제, 연구 공간, 연구 결과와 관련한 지도 모두 교수에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학생과 교수가 동등한 연구자로서 멘토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좋은 멘토링을 위한 현실적인 팁

현실적으로 좋은 멘토링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대학교들은 멘토링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긍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많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로 미시간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이 있다. 이들은 교수진들에 각 과에서 실시한 좋은 멘토링 예시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좋은 멘토링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공유함으로써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특히 미시간 대학교의 ‘멘토가 되는 법’에서 교수는 두 가지를 꼭 하도록 한다. 첫째, 교수들은 학생들과의 첫 번째 면담에서 교수와 학생의 역할을 자세히 상의하고 서로 동의한 내용을 서면으로 남기라고 한다. 특히 학생의 대학원 과정에 온 목표, 면담 일정, 연락 방법, 평가, 출판 및 발표 방법, 지적재산관 문제를 다루라고 조언한다. 교수와 학생 각자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두 번째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교수는 학생들의 미래 커리어를 위해 포닥옵션, 커리어 옵션 등을 알아 갈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영문학과에서 이후 취직을 위해 컨퍼런스 등록비, 여행경비를 과에서 지원하는 것을 예시로 들고 있다. 또한, 학교 자체에서 지원하는 세미나 등도 함께 소개하여 교수가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를 적극적으로 조언한다.

멘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고르자

학교에서 교수진들이 좋은 멘토링을 제공하도록 하는 노력만큼, 학생들도 좋은 지도교수를 고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좋은 대학교, 많은 장학금을 쫓지 않고, 자신의 미래 인생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지도교수를 골라야 한다. 앞서 소개한 네이처 논문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택을 하라고 조언했다. 더 유능하고, 더 많은 논문, 더 좋은 논문을 쓴 교수가 포닥의 성공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생이라면?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블로그에서 엄태웅 씨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인턴으로서 연구에 참여해보는 것. 연구실의 대학원생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 한국의 경우 자대생이 잘 가는 연구실인지 확인해 보는 것. 등이다. 또한, 랩미팅 등 학생들과 함께 모여 교수가 연구 결과를 듣고 커멘트 해 주는 시간에 참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교수의 멘토링 스타일을 알 수가 있다.

한 번 정하면 바꾸기도 어려운 지도교수와 연구실 사람들, 신중하게 결정하여 좋은 지도를 통해 스스로 훌륭한 멘토로 성장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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