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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유출되는 미국의 우수인력

중국과 미국간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무역전쟁이라고도 불렸던 관세 전쟁이 아직 누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계에서도 중국과 미국의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스파이, 첩보 등의 옛 007영화에서 나올 법 한 일들이 과학자들 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더 알아보자.

중국의 부흥과 미국의 폐쇄적 정책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었다. 중국은 연구 인프라가 거의 없었던 국가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의 인재를 유치하는 연구 중심지로 변했다. 미국이 과학 투자와 지원을 줄임에 따라 중국은 미국과의 과학기술력 격차를 메우려고 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외국 연구자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과학자들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했고, 특히 이 때문에 미국에서 두뇌 유출이 많이 발생했다.

예컨대 중국은 1991년에 과학 연구 및 교육에 91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2015년에 중국은 4,088억 달러를 투자함에 이르렀다. 단 25년 만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학 논문을 발표하는 나라로 부상했다. 또한 중국은 해외의 유능한 과학자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천인재능 프로그램(Thousand Talents Program)의 일부로, Luke Gibson과 같은 유명 생태학자 및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숙련된 기술자들 혹은 박사 및 박사 후 연구원들이 미국에 체류하고 일할 수 있는 H1B비자를 받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또한, 미국은 지적 재산권 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특히 중국 학생들의 비자 발급 제한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늦어지는 비자 발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중 스파이? 중국계 과학자들의 피해

미국이 중국계 학생들과 중국계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을 품은 것은 공교롭게도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 미국은 몇 년 동안 중국이 세계 무역 시장을 왜곡한다고 비난해왔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중국이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비용으로 지적 재산권을 양도하고,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기술 기밀사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지원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불신은 작년 미국국립보건원 (NIH)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작년 8월 NIH의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미국 기관 1만여 군데에 “어떤 외국 기관”이 NIH가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지원, 연구 및 동료 심사를 방해하고 있음을 우려한다며 편지를 보냈다.

콜린스는 이달 초 상원 세출위원회에 수사가 진행 중인 미국의 약 55개의 대학에서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과 외국에서 받은 연구 지원금을 공개하지 않는 등의 “악랄한” 법규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콜린스는 유출되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으며, 이런 행동을 취한 대학과 외국과학자들은 결과적으로 해고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IH는 경고에서 멈추지 않았다. 텍사스의 앤더슨(MD Anderson)대학으로 NIH는 중국계 및 아시아 출신의 과학자들에 대해서 지적재산권 유출 및 외국과의 연관성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메일을 보냈으며,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수사는 FBI가 진행했는데, FBI의 크리스토퍼 웨이(Christopher Wray)가 직접적으로 말한 것을 보면, 중국과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 지 짐작 할 수 있다.

“중국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회적인 방법의 선구자입니다. 기업, 대학 그리고 기관을 포함한 어디에서도 [훔치는 것이] 가능합니다.”

FBI와 NIH는 중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중국계 미국인들도 의심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암과학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했던 지펭 우(Xifeng Wu)도 피할 수 없었다. MD 앤더슨 에서 일하고 있던 지펭 우(Xifeng Wu)는 미국의 암 연구소 디렉터이자, 26개의 중국 연구기관과 함께 540개의 논문을 공동 저자로 저술했으며, 아주 저명한 중국계 암 연구원이었다. 암 치료제 개발에 대하여 중국 쪽 기관을 비밀리에 도왔다는 의심으로 2017년 FBI가 조사에 들어갔는데, 약 3개월 이후 구체적인 혐의가 없었음에도 “이중 스파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사임까지 해야 했다. 아직도 그녀의 미국인 동료들은 그녀가 결백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녀는 미국에 딸과 남편을 두고 중국으로 이주해야 했다.

지펭 우 뿐 아니다. 자오싱 지(Xiaoxing Xi)는 템플 대학의 물리학자였다. 중국에 초전도체 물질에 대한 자료를 넘겨줬다는 혐의 하나로 아내와 두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머리에 총을 겨눠진 채 체포당했다. 우습게도 5개월 후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FBI에서는 망가진 명예나, 심리에 대해 어떤 보상도 해 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개별적인 사건에서도 중국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드러나지만, 미국은 시스템적으로도 중국계 과학자들을 경계하고 있다. FBI에서는 회사, 대학, 의료기관 등 지적 재산권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면 누구든지 중국 사업 파트너 혹은 직원들에 각별한 주의를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웨이가 말하는 “비전통적인” 정보 수집가(“nontraditional” information collector)인 이들을 대학과 같은 기관에서 조심하라는 취지다. 미국 법무부도 중국의 이러한 정직하지 못한 행위(perfidy)에 대해 알리기 위해 지방 정부, 기업 및 언론인들에게 관련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통계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경제 스파이 법에 따라 기소된 피의자들 중 17%만이 중국계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나,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52%로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계 이름을 가진 피의자들의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백으로 판명되었다. 이는 비 중국계 피의자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무작위인 중국계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과학은 쇠퇴하는가

자오싱 지 외에 지펭 우 와 같이 미국의 무차별적인 의심으로 불명예를 안은 사람들은 대부분 암 과학자들이라는 것이 놀랍다. 사실 암 과학자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암을 이기기 위한 공동 연구 데이터와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세계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의 미국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Moonshot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부분이 바로 이 국제 협력으로 미국 정부가 10억을 투자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텍사스의 MD 앤더슨 에서는 NIH로부터 받는 연구기금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FBI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FBI의 메일 요청에 따라 MD 앤더슨은 관련 자들의 신상정보를 다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UC버클리 대학의 총장인 캐롤 크라이스트(Caroll Christ)가 “출신 국가에 따른 무의식적인 의심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스탠포드 대항 등과 중국 과학자들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에모리 대학과 MD 엔더슨 대학에선 이미 두 명의 중국계 교수가 사임해야 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히려 미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미국 학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외국계 미국인이다. 특히 STEM분야에서는 50%에서 80% 정도가 미국 외 국민으로서, 이들이 미국의 과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인과 중국계 미국인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니, 중국계를 겨냥하는 이러한 정책과 행동들은 미국에 오히려 해롭다.

또한 암 연구 등 대부분의 연구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것 보다, 암을 예방하거나, 암의 발생을 차단할 기초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기초연구는 ‘훔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미국이 중국계 과학자들과 특정 집단의 과학자들을 겨냥하는 듯한 움직임을 계속 느낀다면, 외국계 과학자들은 기초연구를 도리어 다른 곳에 가서 할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과학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지적 재산권 유출을 가속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과학 발전이 도둑질을 통해 이룬 것이라는 환상을 품은 듯하다. 중국은 엄청난 투자와 해외 인력들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주 플랜으로 과학을 발전시켜왔다. 미국은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더 좋은 과학은 세계적으로 옳은 과학이며, 이러한 연구는 특히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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