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논문 인용을 권하는 집단
저널 게재가 입학시험이라면 인용 회수는 학점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 다 연구자의 경력에 있어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자들이 서로 인용을 하며, 나아가 저널이 개입해서 임팩트팩터 수치를 올리는 이른바 ‘인용 카르텔(Citation Cartels)’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 인용 집단’, 즉 카르텔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학파 연구자는 서로가 서로를 인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한국 카르텔의 경우, 주로 출신 학교별로 서로의 논문을 인용해 주는 모양새 입니다. 현재와 같이 임팩트 팩터 등을 통해 통계적인 자료는 볼 수 없었기에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던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2013년, 토마스 로이터 저널 인용 리포트는 37개의 저널을 이러한 상호 인용 행위 문제로 리스트에서 삭제하였고, 지속해서 관련 문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2006년에는 총 6,166개 저널 중 0.1%인 7개의 저널이금지 리스트에 올라간 반면, 2013년에는 10,853개의 대상 저널 중 0.3%에 달하는 37개 저널이 금지 리스트에 올라간 것으로, 수치상으로 3배나 증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계는 이러한 문제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인위적 인용을 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곳도 있습니다. 2016년, 슬로베니아의 연구자 3명이 모여 자세한 상호 인용 카르텔 적발 방법을 소개한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상호 인용 카르텔은 일종의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와 같으며, 게재 논문 개수와 더불어 인용 회수가 중요해지면서 등장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르텔이 처음 확인된 때는 1999년이라고도 합니다. A, B, C 3명 연구자를 카르텔 회원이라고 한다면, A는 B의 논문을 인용하고, B는 C의 논문을 인용한 후, C가 A의 논문을 인용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카르텔은 3명이 아닌, 수많은 연구자가 속해 있으며, 리더가 정리해 주어서 관련성 있는 회원의 논문을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일종의 부정행위라는 것은 각 회원이 알고 있기에, 복잡한 구조가 생겨났지만, 이를 시스템적으로 탐지하는 기술을 소개하였으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스템 개발은 물론, 이러한 현상을 다룬 논문이 90년대 초반부터 발표되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임팩트 팩터는 여전히 모든 연구자에게 중요한 요소이고, 때로는 저널과 출판사를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위적인 조작은 결국 표절이나 공동저자 무임승차와 같은 부정행위로 취급 받을 것입니다. 특히 같은 분야 연구자들의 논문은 더욱 엄격한 눈으로 인위적 인용을 감시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저널과 출판사 입장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관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널의 명성에 직접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문제이며, 에디터와 편집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장 위의 사례를 보아도 토마스 로이터의 저널 리스트에서 삭제된 곳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